학교폭력 판단과 소년보호 절차가 엇갈려 보일 때: ‘장난’보다 먼저 확인할 것
핵심 답변: 학교 안에서 벌어진 신체 접촉이나 행동 제한이 학교폭력 심의에서는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판단되고, 별도의 수사·소년보호 절차에서는 검토 대상이 되는 상황은 가능하다. 두 절차의 목적과 판단 구조가 같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결과가 엇갈릴수록, 행위의 이름이 아니라 구체적 사실·피해·증거를 기준으로 판단했는지와 그 이유가 기록으로 설명되는지가 중요하다.
최근 장애학생을 둘러싼 교내 신체 접촉과 행동 제한 논란을 다룬 보도를 계기로, ‘학교폭력으로 보지 않은 사안이 왜 수사 또는 소년보호 절차에서는 다뤄질 수 있나’라는 질문이 다시 제기됐다. 이 글은 특정 학교·개인·사건의 책임이나 결론을 판단하지 않는다. 같은 유형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현행 제도와 판단의 원칙을 정리한다.
먼저 구분할 것: 학교폭력 판단과 소년보호 절차는 같은 질문이 아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 안팎에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따돌림 등으로 신체·정신·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정의한다. 이 법의 목적은 피해학생 보호, 가해학생의 선도·교육, 분쟁조정을 통해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는 데 있다.
반면 수사와 소년보호 절차는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가 있었는지, 그리고 소년법상 보호처분이 필요한지를 별도의 증거와 절차로 살핀다. 현행 「형법」 제9조에 따르면 14세가 되지 않은 사람의 행위는 형벌로 처벌하지 않는다. 그러나 「소년법」은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 소년을 소년부 관할 대상으로 정하고, 소년부 판사는 심리 결과 보호처분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법에서 정한 처분을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학교폭력 심의의 결론과 수사기관의 판단 또는 소년부 절차의 진행은 서로를 자동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어느 한 절차가 진행됐다는 사실만으로 개인의 유무죄나 최종 책임이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특히 소년보호 절차는 형사처벌과 구별되는 제도라는 점을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다.
‘놀이’라는 표현은 판단의 출발점일 뿐, 결론이 아니다
아이들 사이에서 어떤 행동이 놀이로 불렸는지는 맥락을 이해하는 한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명칭만으로 신체 접촉, 이동 제한, 반복성, 참여 인원, 거부 의사, 발생한 피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학교폭력예방법의 정의에는 폭행과 감금이 명시돼 있다. 따라서 심의 과정에서는 적어도 다음 사실을 분리해 확인하고, 판단 이유를 구체적으로 남길 필요가 있다.
-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 신체 접촉 또는 행동 제한이 있었는지, 얼마나 지속됐는지
- 행위가 반복됐는지와 여러 학생의 가담 또는 주변 반응이 있었는지
- 당사자가 표현한 거부, 두려움, 통증 등과 신체·정신상 변화가 무엇인지
- 진술, 영상, 사진, 보건기록, 목격 내용처럼 판단의 근거가 무엇인지
이 항목은 특정 결론을 미리 정하기 위한 목록이 아니다. 반대로 ‘고의가 없었다’, ‘장난이었다’ 같은 짧은 표현만으로 사실관계를 대체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확인 항목이다. 법의 정의와 해당 사건의 사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할수록 결정의 검증 가능성도 높아진다.
장애학생 관련 사안에서 더 선명해야 하는 보호의 기준
학교폭력예방법은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을 ‘장애학생’으로 정의한다. 이 정의는 장애학생을 별도의 판단 밖에 두는 뜻이 아니라, 의사표현 방식, 위험 인식, 또래 관계에서의 취약성, 지원 필요성을 사실 확인과 보호 조치에서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는 출발점이 된다.
이때 핵심은 장애를 이유로 학생의 진술이나 반응을 가볍게 보지 않는 것이다. 진술의 형식이 전형적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내용을 배제하기보다, 전달 방식에 맞춘 확인과 객관 자료의 교차 검토가 필요하다. 학교폭력예방법도 피해학생 보호를 법의 목적으로 두고 있으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는 예방과 피해학생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책무를 부여한다.
결과가 다를 때 필요한 것은 ‘누가 맞나’보다 이유의 투명성이다
학교폭력 심의와 수사·소년보호 절차의 결과가 다르게 보인다고 해서 곧바로 어느 한쪽의 오류나 특정인의 책임을 단정할 수는 없다. 적용 법규, 입증 자료, 절차의 단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판단의 차이는 설명되어야 한다. 특히 학교폭력 정의에 열거된 행위 유형과 관련된 사실이 확인됐다면, 심의기구는 어떤 사실을 인정했고 어떤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봤는지 분명히 적을 필요가 있다. 사실인정의 근거, 진술을 평가한 방식, 절차상 출석·진술 기록은 결론만큼 중요하다. 기록이 정확해야 사후 검토도 가능하고, 학생 보호를 위한 학교의 대응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 원칙은 어느 한쪽의 절차를 다른 절차의 부속물로 만들자는 뜻이 아니다. 독립된 절차일수록 각 절차가 무엇을 확인했고 무엇을 확인하지 못했는지를 명료하게 보여야 한다는 뜻이다.
촉법소년 연령 논의: 보도된 정책 방향과 현행법을 구분해야 한다
2026년 7월에는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정해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낮추는 방안이 정부에 보고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해당 보도에서 구체적인 ‘강력·중대 범죄’의 기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는 정책 논의에 관한 보도이며, 그 자체로 현행법이 바뀌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 확인되는 법문은 「형법」 제9조의 ‘14세가 되지 않은 사람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기준이다. 연령 기준을 둘러싼 논의가 계속되더라도, 개별 사안을 설명할 때에는 미래의 정책 방향과 현재 적용되는 법을 섞지 않는 것이 정확하다. 또한 연령만으로 사안의 무게나 학생 보호 필요성을 재단해서도 안 된다.
학교가 놓치지 말아야 할 질문
이런 유형의 사안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질문은 ‘아이들끼리의 다툼인가’가 아니라 ‘학생의 안전과 존엄이 실제로 침해됐는가’다. 다음 질문이 그 판단을 돕는다.
- 행위를 겪은 학생이 중단을 원했거나 피하려 했는가.
- 신체적 고통, 공포, 고립감 또는 수업·일상생활의 변화가 있었는가.
- 행위가 한 번으로 끝났는가, 반복·확대됐는가.
- 주변 학생의 웃음, 방관, 가담이 추가적인 위축을 만들었는가.
- 학생의 특성과 의사소통 방식에 맞는 확인이 이뤄졌는가.
- 판단의 근거와 보호 조치가 당사자와 보호자에게 이해 가능한 방식으로 설명됐는가.
이 질문들은 낙인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한 학생의 경험이 ‘장난’이라는 말 아래 사라지지 않도록, 그리고 모든 학생에게 공정한 절차가 작동하도록 하는 안전장치다.
학교폭력 대응의 출발점은 단정이 아니라 정확한 사실 확인이다. 그러나 사실 확인이 충분했다는 말은 결론만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행위와 피해, 근거와 판단 이유가 연결된 기록으로 보여줄 때, 학생 보호와 절차적 공정성은 함께 지켜질 수 있다.
참고 법령 및 조문
-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조, 제2조제1호·제5호, 제4조
- 형법 제9조
- 소년법 제4조제1항, 제32조제1항
-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항